회사가 보유한 80억짜리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해야 할때, 전체를 다 감정하는 대신 일부 지분(예: 30%)만 평가해서 전체 가치를 추정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떠올려 본 적 있으신가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합리적인 접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증여세나 상속세를 다루는 세법은 의외로 이런 방식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의 주요 세법 유권해석(기준법무재산2022-177)을 통해, 왜 부동산의 일부 지분 감정가액이 전체 부동산의 ‘시가’로 인정받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정확한 자산 평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하게 분석해보겠습니다.
1. 핵심 쟁점: 일부 지분 감정 후 전체 가치로 환산, 과연 인정될까?
최근 한 사례에서 과세관청은 특정 법인의 주식 가치를 증여세 목적으로 재평가해야 했습니다. 이 법인은 80억 원 상당의 비거주용 부동산을 100% 소유하고 있었고, 과세관청은 평가의 편의를 위해 부동산의 30% 지분만 감정평가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부동산의 가치를 산정하고자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방식은 세법상 ‘시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일부 지분을 감정하여 전체 가치로 환산한 금액은 유효한 시가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회신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제1항제2호나목에 따라 당해재산의 원형대로 감정하지 아니한 경우 당해 감정가액은 시가에서 제외합니다.
이는 세법이 자산 평가에서 편의적인 축약이나 추정을 허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감정평가는 자산의 원형 그대로를 평가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인정되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법이 엄격한 ‘원형’의 원칙을 고수하는 데에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있습니다.
2. 법규의 엄격함: 세법이 ‘해당 재산 전체’를 고집하는 이유
세법이 이토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법규의 문언에 충실하기 위함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는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대상을 ‘해당재산’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 해석상 ‘해당 재산’은 평가 대상이 되는 부동산 전체를 의미하며, 그 일부인 지분을 의미하지 않습ㄴ다.
이러한 엄격한 해석은 다른 규정에서도 뒷받침됩니다. 예를 들어, 세법에서 유사한 재산의 거래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때 고려하는 요건 중 하나로 ‘면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면적을 가진 재산과 일부 면적을 가진 재산의 가치가 다를 수 있음을 법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일부 지분에 대한 감정 결과는 전체 재산의 가치를 대표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이는 단순히 단어의 의미를 따지는 것을 넘어, 평가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려는 세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반영합니다. 평가는 자산이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확인시켜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규의 엄격함은 단순히 문구 해석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시장의 논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3. 왜 ‘일부 지분 가치’를 ‘전체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까?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직관에 반하는 지점은 바로 시장의 현실입니다. 일부 지분의 시장 가치는 전체 가치를 단순히 비율로 나눈 것과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국세청의 검토 내용에 따르면, 자산의 가치는 불특정한 다수 사이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질 때 형성되는 ‘객관적 교환 가치’를 의미합니다. 현실 시장에서 비주거용 부동산의 일부 지분은 통상적으로 전체 부동산을 거래할 때의 동일 지분 가치보다 낮게 평가됩니다. 일부 지분만으로는 자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매각 또한 전체 부동산보다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비주거용 부동산의 일부 지분을 거래할 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전체 부동산을 거래할 때의 동일 지분 가격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분 거래 가격을 단순히 비율로 환산한 가치는 전체 부동산의 실제 시장 가치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결국 세법이 일부 지분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산술적 계산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 형성되는 객관적인 가치를 존중하기 위함입니다. 이론적 계산이 아닌 시장의 진실을 따르겠다는 의지입니다.
4. 정확한 자산 평가의 첫걸음
요약하자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반드시 해당 자산 전체를 원형 그대로 감정해야 합니다. 일부 지분만 평가하여 전체 가치를 추정하는 방식은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법적으로나 시장 논리적으로나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