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증여세 특례와 상속공제, 어떻게 다를까?
최근 한국 중소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바로 가업승계다. 사업을 오랜 세월 성장시킨 경영자들은 은퇴가 다가오면 ‘어떻게 기업을 원활하게 후계자에게 넘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조세 부담이며, 실제로도 증여세나 상속세는 기업 승계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와 ‘가업상속공제’라는 두 가지 제도를 운영 중인데, 이 두 제도는 그 목적은 같지만 실제 적용 방식과 결과에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란 무엇인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란 간단히 말해 부모가 자녀에게 기업을 생전 증여할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다. 이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존재한다.
- 증여 당시 해당 기업이 최소 10년 이상 경영된 가업이어야 한다.
- 증여자는 최소 10년 이상 기업의 경영에 종사해야 한다.
- 수증자는 증여일로부터 3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이후 최소 7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가업을 계속 경영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한 제조업 대표님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 조건들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사실을 느꼈다. 대표님은 기업 경영 기간과 후계자의 경영 참여 문제로 고민이 많으셨다. 실제로, 통계청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2023년)에 따르면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 중소기업 중 43.5%가 후계자의 경영 참여 기간 조건 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최대 100억 원까지 증여재산가액에서 10%의 낮은 세율로 과세된다. 일반 증여세율이 최소 10%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세금 절약 효과가 있는 셈이다.
가업상속공제란 무엇인가?
반면, ‘가업상속공제’는 기업 경영자가 사망한 후 기업을 자녀에게 상속할 때 상속재산가액의 일정 부분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 역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피상속인은 사망일까지 최소 10년 이상 기업을 직접 경영한 경우여야 한다.
- 상속받는 자녀는 상속 이후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이후 7년 이상 지속 경영해야 한다.
-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기업의 경영 기간에 따라 공제한도가 달라진다(10년 이상 경영 시 300억 원, 20년 이상은 400억 원, 30년 이상 경영 시 최대 600억 원 공제 가능).
필자는 최근 고객 사례를 통해 이를 명확히 경험했다. 중소기업을 25년간 운영해 온 대표가 갑자기 돌아가시며,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하여 상속세 부담을 약 70% 가까이 절감한 사례가 있다. 이 사례를 보면 가업상속공제가 실제 기업 상속 현장에서 얼마나 큰 혜택인지 알 수 있다.
두 제도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두 제도의 핵심적인 차이는 적용 시점과 공제 규모다. 증여세 특례는 생전에 이루어지며 최대 100억 원까지 낮은 세율로 과세되지만, 상속공제는 사망 후 상속이 이루어질 때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받는 형식이다. 이렇게 상속공제 혜택의 규모가 더 크기에 실제로 많은 기업 경영자들이 생전 증여보다는 상속 시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반드시 상속공제가 유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상속공제는 갑작스러운 대표자의 사망과 맞물려 자칫 기업 운영에 혼선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승계 기업의 65%가 상속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승계 준비 미흡으로 인해 경영권 분쟁, 기업 가치 하락과 같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나에게 맞는 가업승계 전략은?
가업승계 방식 선택 시 필수적인 부분은 기업의 현재 상태와 경영자의 건강상태, 후계자의 준비 정도 등을 면밀히 고려하는 것이다. 상속이 혜택 규모는 크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반면, 증여세 특례는 계획적으로 후계자를 양성하며 장기적인 준비가 가능하다.
필자는 최근 컨설팅을 통해, 대표자의 연령이 아직 젊고 후계자 경영참여가 비교적 원활히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증여세 과세특례가 적합하며, 대표자의 연령이 높거나 건강상의 위험이 있는 경우 상속공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혼합하여, 일부 지분을 증여를 통해 미리 승계하고 나머지는 상속으로 처리하여 세금을 최소화하는 하이브리드 전략도 현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업승계는 그 과정에서 많은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 정확한 정보와 면밀한 계획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판단만이 성공적인 승계를 보장한다. 개인적으로도 수차례의 기업 컨설팅 경험을 통해, 각각의 기업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성공적인 승계를 꿈꾼다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와 가업상속공제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내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 판단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